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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CLASS] 성적이냐, 육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작성일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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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지도자강사로 활동하는 최승범 강사가 <ONSIDE>를 통해 지도자들과 만난다. 그가 평소 지도자강습회를 하며 수강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그의 세 번째 기고는 한국 유소년 지도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문제, 성적과 육성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유소년 지도자들이 갈등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성적과 육성 중 어느 쪽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유소년 시스템에서는 성적이 나와야 선수 수급이 용이한 상황이다. 성적이 지도자들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많은 지도자들이 성적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유소년 선수가 집중적으로 기본기를 익히며 발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8~12세 무렵이다. 이때 기본기를 마스터해야 청소년 시기에 그룹 플레이와 팀플레이, 즉 전술적인 이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보면 지도자들의 갈등과 시스템의 혼선으로 기본기를 습득할 수 있는 황금기를 허비하면서 선수가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 축구는 선수 개인의 기술 향상보다는 팀 승리를 위한 훈련 및 경기를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클럽 팀이 확대되고, 지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며 이 같은 경향이 줄었지만 한국 유소년 축구의 주류인 학원 축구는 여전히 성적이 최우선이다. 성적이 나야 선수가 좋은 학교, 나아가 좋은 프로 팀에 갈수 있는 확률이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조가 바뀌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령별 수준에 맞는 훈련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연령별 맞춤 훈련을 제공하는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인 ‘KFA 골든에이지’를 2014년에 출범시켰다. 아직 시작 단계라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선수 선발이나 운영 시스템도 점차 고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일선에 퍼진다면 좀 더 탄탄한 유소년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을 찾는 축구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과 피지컬에 놀라곤 한다.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들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기술과 피지컬은 충분히 좋지만, 축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드물다”고 평가한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그들과 우리가 유소년 축구에서 우선순위로 놓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파워, 스피드, 체력을 앞세워 성적을 내는 축구에 익숙해진 학생 선수들이 지도자의 지시대로 움직여 원하는 성적을 낸다. 반면 선진국 지도자들은 당장의 성적보다 그 나이에 선수가 익혀야 할 것에 집중하고, 더 나아가 ‘축구를 알고 하는 것’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다.

나는 한국 유소년 지도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을 핑계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지도자 스스로도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MASTER-CLASS'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최승범(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강사)
사진=대한축구협회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일선에 퍼진다면 좀 더 탄탄한 유소년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일선에 퍼진다면 좀 더 탄탄한 유소년 육성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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