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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윤덕여 감독의 평양 출사표 “위기는 곧 기회”

작성일 20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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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일생일대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일생일대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티베트 속담

인간은 일생일대의 도전을 앞두고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걱정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윤덕여 감독은 후자다. “걱정한다고 뭐가 되겠어요?” 특유의 훈훈한 미소가 곧 출사표였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가 북한과의 결전을 앞둔 윤덕여 감독을 만났다.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2018 AFC 여자아시안컵 최종예선에 참가할 23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한 직후였다.

이번 최종예선은 2019 FIFA 여자월드컵 진출권이 걸려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조 1위만이 월드컵 본선에 간다. 그런데 이 최종예선, 결코 만만치 않다. 같은 조에 북한이 포함됐다. 북한은 여자축구의 세계적인 강호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전적에서 1승 2무 14패로 절대 열세다. 게다가 이 경기는 북한 평양에서 열린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여자 축구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운명의 한 판을 앞두고 윤덕여 감독은 베테랑을 총 동원했다. 지소연, 김정미, 이민아 등 역전의 용사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최종예선 전초전 격인 키프로스컵(1~8일)에서는 준우승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키프로스컵과 최종예선은 다르다. 여자대표팀은 20일 목포에서 소집돼 31일까지 최종 훈련을 진행한 뒤 4월2일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입성한다. 최종 훈련을 앞둔 윤덕여 감독의 진솔한 출사표를 들었다. 여자대표팀은 키프로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하는데 성공했다 여자대표팀은 키프로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하는데 성공했다- 키프로스컵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여자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키프로스컵에 참가하기 전에는 성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지만, 중요한 건 북한과의 경기다. 키프로스컵 준우승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 키프로스컵에서 북한과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잘된 걸까? (한국은 B조 1위를 했지만, 북한은 A조 2위를 기록해 두 팀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를 했어도 크게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우리가 잘해서 이겼더라면 더 좋은 분위기로 최종예선에 임할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세대교체 중이라 새로운 선수들이 많아졌기에 이들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 맞대결은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탐색전이 치열했을 것 같다.
맞다. 우리가 훈련하면 북한 김광민 감독이 뒤에서 조용히 보고 있더라. 물론 우리도 가서 봤다. 특이한 건 북한이 카메라로 우리 훈련을 촬영하더라. 이 때까지 북한이 훈련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준비를 해가지고 왔다. 그들도 우리와의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 이번 키프로스컵에 불러들인 베테랑들은 어땠나?
모두 잘 해줬다. 내가 생각하고 의도했던 대로 중심을 잘 잡아줬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 했다. 어린 선수들도 잘 이끌어줬다. 북한전에서도 이들의 역할을 기대한다. 대회를 준우승으로 마친 후 선수들에게 진짜는 북한과의 경기라고 이야기해줬다. 우리 선수들은 북한과 많이 경기를 해봤기에 이들의 공격 패턴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북한의 선수들이 많이 바뀐 건 경계해야 한다. 중앙에 있는 선수들은 기존에 뛰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측면에 서는 선수들은 20세 대표팀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영상은 땄고, 목포 훈련에서 개인적으로 선수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여자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심서연은 부상으로 아시안컵 예선 최종명단에서 빠졌다 여자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심서연은 부상으로 아시안컵 예선 최종명단에서 빠졌다- 북한의 바뀐 선수들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 하지만 북한이 전략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키프로스컵 결승에 못가고 3위를 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홈에서 하지 않나. 올림픽 때 뛰던 선수들을 다시 부를 수도 있다. 나중에 명단을 봐야 알겠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준비해야할 것 같다.

- 최종예선 명단에 박은선(이천대교)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결국 뽑지 않았다.
박은선이 훈련하는 걸 지켜봤는데 우리가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2013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아시안컵과 월드컵을 다녀왔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어찌 보면 지금이 여자 축구의 위기일 수도 있는데, (박은선의) 몸 상태가 좋아서 뽑혔더라면 우리로서도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심)서연이의 낙마도 안타깝다. (편집자 주 - 심서연은 키프로스컵에 다녀왔지만 부상이 낫지 않아 아시안컵 예선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 심서연은 키프로스컵에서 차도가 없었나?
훈련만 했다. 국내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 가서 봤는데 소속팀 감독(이천대교 신상우 감독대행)도 (심서연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 하더라. 어찌됐든 우리에게는 필요한 선수니 데리고 갔다. 날씨가 따뜻한 키프로스에서 훈련하고 재활하면 낫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뛰는 데 자꾸 다리를 저는 것 같고…피지컬 코치, 의무팀과 의논을 해보고 고민도 수도 없이 해봤지만 결국 북한전에서도 100프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전 한 경기라도 뛸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안타깝다.

- 여자대표팀은 그동안 4-2-3-1 이나 4-1-4-1 등 포백(4백) 시스템을 주로 써왔다. 북한과의 최종예선에서도 이 틀은 유지되나? 아니면 변화를 줄 생각인가?
변화를 줄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기고 있을 때, 비기고 있을 때, 지고 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려 한다. 상황에 따라 스리백(3백) 카드도 꺼내들 수 있다. 북한도 변화를 주더라. 4-1-4-1 포메이션을 쓸 때도 있고, 투톱으로 바꾸기도 한다.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윤덕여 감독과 여자대표팀은 평양에서 4월의 봄을 만끽할 수 있을까 윤덕여 감독과 여자대표팀은 평양에서 4월의 봄을 만끽할 수 있을까- 체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목포 최종훈련에서 집중적으로 다질 것이다. 선수들도 소속 팀에서 각자 훈련을 하고 오니 한결 나을 것이다. 어찌 보면 축구는 단순한 게 제일 좋다. 북한이 그런 것 같다. 체력이 되니까 단순하게 한다. 전술적으로 특별하기 보다는 많이 뛰면서 공이 있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키프로스컵 당시 북한의 훈련을 지켜봤는데 뛰는 훈련을 많이 하더라. 그러니 체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 북한의 분위기에도 적응해야 한다.
1990년 통일 축구 멤버로 북한에 갔을 때 이들의 함성소리를 접했다. 전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운동장에 들어갔는데 수만 명의 관중들이 나무로 된 ‘짝짝이’를 일사분란하게 치더라. 뛰는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정신이 없다.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려 한다. 목포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 확성기를 틀어놓을 계획이다.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봐야 할 것 같다.

- 북한의 김광민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거의 매년 만난 것 같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에서 열린 AFC 세미나 때 만났다. 선수 때는 아주 빠른 친구였다. 측면 수비수였는데 잘했다. 사실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위에 항상 사람이 붙어 다녔고, 눈치를 보더라. 키프로스컵 때도 북한이 뉴질랜드 팀과 같은 호텔을 썼는데 북한 팀 코치가 문을 열고 복도에 누가 지나다니는지 다 보고 있다더라. 깊은 얘기는 하지 못했지만, 가끔 김 감독이 이런 말은 했다. “(최)순호는 뭐해? (김)주성이는 뭐해?”라고.

- 북한 원정 덕분에 갑자기 모든 이들이 시선이 쏠렸다. 부담스럽지 않나?
어떻게 보면 우리 경기보다도 우리 팀이 평양에 간다는 게 더 큰 이슈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북한 경기뿐만 아니라 대표팀 감독은 어떤 경기든 항상 부담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보려 한다. 목포 훈련 때 윤영길 박사(한국체육대학교 교수·여자대표팀 멘탈 코치)를 모시고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북한 원정에 가면 이래저래 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나가지도 못하고, 통제도 심하다.
요즘 들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고민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려 한다. 내가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우리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바뀔 수도 있다.
축구라는 건 이길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자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아직은 많지 않지만, 이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부담도 극복해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단어다.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 여자축구의 미래도 좋아질 것이다. 누군가는 뛰어넘어야 한다. 선수들은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해왔기에 나도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선수들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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