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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증 유발자 ①] ‘삼손’ 김주성, 중국 심장에 꽂은 헤딩골

작성일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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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20일에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당시 한국은 후반 21분에 터진 김주성의 헤딩골로 중국을 1-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었다. 1989년 10월20일에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당시 한국은 후반 21분에 터진 김주성의 헤딩골로 중국을 1-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었다.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23일 중국 창샤에서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중국전을 앞두고 역대 공한증의 주역들을 조명한다. 부디 이들의 기운이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잘 전해지길.

“한국이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로마 입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 1989년 10월 21일 자 한겨레 기사 중

“‘삼손’ 김주성 만리장성 허물다.” - 1989년 10월 21일 자 동아일보 기사 중

머리를 거쳐 간 공이 상대의 골 망을 흔드는 순간, 모두가 환호했다. 1989년 10월20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1990 국제축구연맹(FIFA)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나온 결승골 장면이다.

주인공은 김주성(현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이었다. 김주성은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1분 이영진(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전 대구FC 감독)이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올린 어시스트를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골로 연결했다.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진출의 교두보가 됐던 이 골은 공한증(恐韓症)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경계 대상 1호였어요. 기술적인 부분이나 개인, 팀 능력 등 전반적으로 한국 축구가 우위를 지켰던 시절입니다.”

“특히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은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어요. 득점이 좀처럼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다렸던 골이 후반 21분에 터졌죠.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웠고, 잊지 못할 장면입니다. 이 경기 승리가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됐죠.”

득점 직후 김주성은 포효했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천금 같은 골이었고, 한국을 살린 골이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황선홍(현 FC서울 감독)과 함께 환호하던 모습은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야생마’, ‘아시아의 삼손’이라는 별명이 붙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때는 장발을 휘날리던 시절이었죠. 일반 선수들과 달리 머리가 길어서 사람들에게 각인이 더 잘됐던 것 같아요. 득점하고 난 다음의 기분이요? 성취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설명할 수 없는 쾌감으로 제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태에서 저도 모르게 포효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우습죠. 요즘 선수들은 프로페셔널하고, 골 세리머니도 독특하잖아요. 자기표현도 다 잘하고요. 1989년 당시에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가 소극적이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제 골 세리머니는 나름대로 센세이션했던 것 같아요(웃음). 역동적이었죠. 다만 ‘조금 더 멋있게 세리머니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김주성 실장은 중국 원정을 떠나는 슈틸리케호에게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경기운영을 하길 바랐다. 김주성 실장은 중국 원정을 떠나는 슈틸리케호에게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경기운영을 하길 바랐다.중국에 비수를 꽂은 주역이지만, 김주성은 현재의 중국 축구를 이야기하는데 조심스러워 했다.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중국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축구굴기(蹴球堀起, 축구를 통해 일어선다)’를 내세우면서 프로리그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겨울 이적시장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4600억 원을 쏟아 붓기도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철저한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다.

“1983년에 프로리그가 출범하면서 선수 개개인의 프로 의식도 많이 강화됐고, 리그에 대한 지적인 부분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죠.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강한 면모를 갖출 수 있는 배경이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 축구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를 노리고 있죠. 과감한 투자로 중국 선수들의 의욕이 더해졌고 시장 자체도 급성장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도 축구 종사자들의 자부심이 고취되어 있고요. 동기부여는 한국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방심이라는 장애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하죠. 우리는 상대의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을 현실적으로 잘 수용하고, 냉철하게 경기 운영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23일 중국 창샤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치른다. 현재 A조에서 승점 10점(3승1무1패)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슈틸리케호로서는 중국전이 본선으로 가는 중요한 교두보인 셈이다. 공한증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주성은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냉철한 판단력, 잘 될 거라는 믿음이 바로 그 것이다.

“이번 중국전은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도는 첫 경기죠. 이 경기 결과가 남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을 가져와야 합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경기 운영을 해야겠죠.”

“후배들에게는 대표선수가 된 이상 모든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겠죠. 팬 여러분께서는 우리 선수들이 신바람 나게 경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성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승리에 대한 기쁨을 모두가 만끽할 수 있도록 말이죠.”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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