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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주 감독이 말하는 여자축구,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작성일 2017.10.05

조회수 6237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유일한 한국 감독인 최덕주 중앙대 감독을 만났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유일한 한국 감독인 최덕주 중앙대 감독을 만났다.“벌써 7년이나 지났다고요?”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최덕주 중앙대 감독에게 ‘2010 트리니다드토바고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다. 당시 한국 U-17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한 최덕주 감독은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유일한 한국 감독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달 허정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6 여자대표팀이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여자챔피언십’ 결승 진출로 ‘2018 우루과이 FIFA U-17 여자월드컵’ 진출 티켓을 따내자, 곧장 최덕주 감독이 떠올랐다. 최덕주 감독이 2010년 우승을 차지한 후, 한국은 세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8년 만에 얻은 쾌거는 8년 전의 성과를 다시 되돌아보게 했다.

한국여자축구 역사에 잊지 못할 족적을 남긴 최덕주 감독은 이후 남자축구국가대표팀 코치와 K리그 감독을 거쳐, 현재 모교인 중앙대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축구장에서 만난 최덕주 감독은 7년 전과 다름없는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 했다. 여자축구 현장을 떠난 지 5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자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여전했다.

-한국여자축구가 8년 만에 U-17 여자월드컵 티켓을 따냈습니다. 감회가 어떠신가요?
세 번이나 연속으로 못나갔다는 게 새삼 놀라워요. 2010년에 우승하고 돌아왔을 때만해도 꾸준히 나갈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성적보다 안타까운 것은 여자축구 저변이죠. 당시에는 월드컵 우승을 하면서 여자축구가 많이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상황이 달리지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퇴보했을 수도 있죠. 팀이 해체되면서 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어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정말 재능이 뛰어난 나라예요. 저변만 확대된다면 세계에서도 충분히 강호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우 한정된 자원과 저변 속에서 월드컵에 나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앞으로 한국여자축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할 문제입니다.

-취약한 저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당시에도 팀을 꾸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당시 여자축구 전임지도자가 저 혼자뿐이라 모든 연령대 선수들을 제가 관리했어요. 낮은 연령대 때부터 꾸준히 선수들을 가르치다보니,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잘 알게 됐죠. 당시 주축이 됐던 여민지 선수는 14세 때 처음 만나 쭉 함께했어요. AFC U-16 여자챔피언십을 준비하면서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정말 열심히 뛰는 선수들,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꾸렸죠. 주장을 맡았던 김아름 선수를 비롯해 신담영, 이금민, 주수진, 장슬기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어요. 3~4년을 함께 하다보니까 감독이 원하는 부분들을 선수들이 잘 알게 됐죠. 전술적인 면, 정신적인 면에서 모두 하나가 돼 움직일 수 있는 팀이 됐어요.

-열악한 저변 속에서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아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월드컵에 나가기까지 연습경기를 많이 했어요. 미국 전지훈련도 가고, 트리니다드토바고 현지에도 일찍 가서 연습경기를 하면서 체격적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거죠. 유럽, 북미의 큰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두려움을 없애고 경험을 쌓은 게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됐어요. 세계대회에 나가는 게 중요한 이유죠. 여자선수들은 국제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체격이 큰 선수들을 상대할 때 당황하기 마련이거든요. 대회 전에 그런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어요. 큰 선수들과 싸워서 뒤지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체력을 보강해야 하고, 팀의 컬러를 가져야해요. 작지만 강인한 모습이 한국이 과거부터 이어온 팀 컬러죠.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도 허정재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팀 컬러를 입힐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세계무대는 그만큼 힘드니까요. 최덕주 감독은 7년 전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최덕주 감독은 7년 전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당시에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나요?
우리가 우승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았을까요(웃음)?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었어요. 바로 전 월드컵에서 북한이 우승을 했는데,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우리가 북한을 4-0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한다면 우승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회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더 강해졌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3-1 승)를 했는데, 그 경기가 가장 불안했어요. 경기가 잘 안 풀린다는 느낌이었는데, 경기를 치를 수록 경기력이 점점 더 좋아졌죠. 그 다음 멕시코전에서는 4-1로 이겼고, 독일한테는 0-3으로 졌지만 다시 만나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독일은 피지컬이 굉장히 좋은 팀이었는데, 잘 버티다가 경기 막판에 세 골을 내줬거든요. 그랬던 독일이 8강에서 북한을 만나 0-1로 져버리더라고요.

우리는 8강에서 나이지리아와 드라마 같은 경기를 했죠(웃음). 경기 시작 3분 만에 두 골을 내줘서 어쩌나 하다가, 우리 애들이 정신이 번쩍 들어서 반격을 시작했죠. 역전에 재역전, 다시 역전 하다가 4-3으로 이길 찰나에 후반 추가시간 실점으로 연장전까지 갔어요. 실점 상황에서 골키퍼 김민아 선수가 뇌진탕을 입은 상태에서 연장전을 정신없이 치렀죠. 그리고는 결국 6-5로 승리. 그런 드라마 같은 경기를 치르고 나니까 다음은 쉽더라고요(웃음).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 2-1로 역전승을 했는데, 내용 면에서 완승이었어요. 그리고 결승에서 일본을 만났죠.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해본 팀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역시 월드컵 결승전은 다르더라고요. 이정은 선수가 멋진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어서 앞서가다가 두 골 먹어 역전 당하고, 다시 동점 만들고, 승부차기까지...정말 피 말리는 경기(3-3 무승부 후 승부차기 5-4 승)였죠.

-정말 생생하게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뒤돌아보니 재미있네요. 하나하나 다 생생하게 기억나요. 벌써 7년이나 지났다고요? 아, 그때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가 운이 좋다고 느낀 일이 있었죠. 일본 대표팀하고 같은 호텔에 묵었는데, 우리가 엘리베이터로 다 올라온 직후에 갑자기 정전이 돼서, 일본 선수들은 걸어서 올라왔다는 거예요. 원래 우승이라는 것은 운도 필요하다고 하잖아요(웃음).

-당시 우승 멤버들이 성장해가는 걸 보면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네. 여민지, 신담영, 장슬기 선수 등 각자 실업팀에 가서 좋은 활약도 하고 대표팀에도 계속 뽑히고 하는 걸 보면 뿌듯해요. 걔들이 벌써 스물넷, 스물다섯 이렇다는 거죠? 아이고...(웃음) 아주 꼬맹이 들이었는데 말이에요. 아직도 스승의 날마다 연락도 잊지 않고 해주니 고맙죠. 그런데 선수를 그만둔 선수도 많더라고요. 여자축구팀이 워낙 적으니까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도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미안하죠. 우리나라 여자축구팀들은 각각을 보면 좋은 환경이긴 하지만, 그 수 자체가 너무 적어요. 가까이 일본 같은 경우는 동네마다 팀이 있고 즐기는 축구가 정착돼 있어요. 남자축구에 비하면 지원이 적지만 일단 팀 수가 많으니까 리그가 잘 이뤄지죠. 즐기는 축구가 강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여자축구 인구가 많이 늘어나길 바라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축구에 대한 관심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행정적인 면에서도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요. 인구의 반은 여성이잖아요. 여성들도 축구를 통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어요.

-내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현 U-16 여자대표팀을 비롯해, 여자축구선수들에게 해주고픈 말씀이 있으신가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스포츠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중앙대 선수들한테도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거든요. 무수히 많은 고비를 넘기면서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진정한 스포츠인이 되자고요. 또 좌절할 수도 있어요.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고비를 넘겨왔으니 움츠러들지 말고 강하게.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길 바랍니다.

안성=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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