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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3인 인터뷰] ① 전민경 “축구, 후회 없이 했다”

작성일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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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전민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전민경.12년간 국가대표 수문장 자리를 지켰던 전민경, WK리그 원년인 2009년 대교의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했던 이장미, 2009년 여자축구 최초로 유럽에 진출했던 차연희가 2017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고 인생 두 번째 출발선 앞에 선 셋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가 만났다.

전민경(33)은 여자축구선수들 사이에서 ‘감자 언니’로 통한다. 2004년 19세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해 약 12년간 꾸준히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언제나 뒤에서 후배들의 든든하고 푸근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감자 언니’다. 해체된 대교(경남대교-고양대교-이천대교)에서 데뷔해 13년간 활약했고, 지난해 대교의 마지막도 함께한 ‘원 클럽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전민경의 축구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절친한 친구이자 피할 수 없는 경쟁자인 김정미다. 현대청운중 시절 동급생으로 만나 대표팀에서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주전 경쟁을 펼치면서 둘의 사이는 친구 또는 라이벌, 두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게 됐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함께 참가했던 것은 전민경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전민경은 김정미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그렇기에 2인자라는 꼬리표는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은퇴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재작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랫동안 축구를 해오면서 경험은 쌓였는데, 그만큼 눈이 높아지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현실적인 한계 사이에서 갈등했다. 더 잘해야 하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을 봤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고 더 노력하고 싶었던 반면, 그것을 충족해줄 수 없는 환경 때문에 힘들었다. 일본 진출도 생각했지만, 그곳에서도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거기에 팀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금이 그만둬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없나?
팀 해체가 아니었다면 좀 더 참고 했겠지만, 지금 은퇴를 결정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후회 없이 축구했다. 대표팀에서나 대교에서나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만큼 했으면 됐다. 그동안 늘 경쟁하면서 생활해왔으니 이제는 그런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많지만, 그보다 수고했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자꾸 이제 뭐할 거냐고 물어보는데, 그만 좀 물어봤으면 좋겠다(웃음). 원래부터 계획은 은퇴하면 1년은 맘껏 쉬는 거다. 20년 넘게 축구를 해오면서는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몸 관리를 계속 해야 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1년 동안은 푹 쉬고 싶다. 쉬고 난 다음에 찬찬히 다음을 생각해보면 안 될까? 20년 넘게 땅바닥 뒹굴었으면 1년은 괜찮지 않나(웃음)? 2015년 WK리그 챔피언결정전 시상식, 전민경이 울어서 부은 눈으로 김정미를 축하하고 있다. 2015년 WK리그 챔피언결정전 시상식, 전민경이 울어서 부은 눈으로 김정미를 축하하고 있다.-축구인생 중 가장 좋았던 순간,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좋았던 순간? 그건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제일 아쉬웠던 순간은 바로 그거다. 2015년 챔피언결정전 때 승부차기 실축한 것. (당시 대교와 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로 우승을 가리게 됐고, 대교 골키퍼 전민경도 키커로 나섰지만 절친이자 라이벌인 현대제철 골키퍼 김정미에게 막혔다.) 인생에서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경험이지 않나 싶다. 정말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겨냈다.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축구를 하면서 조금씩 괜찮아지더라. 축구의 매력이 그렇다. 축구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축구를 하면서 힘든 것들을 잊을 수 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생각났나?
(한참 생각하더니) 정미. 캐나다 월드컵 때 정미랑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 나눴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 등 깊은 얘기를 나누면서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서로 위로했던 순간이다. 정미와는 선수 생활 내내 경쟁하면서 지내왔다. 대표팀에 들어가면 항상 붙어 다니면서 많이 다투기도 했고, 그만큼 가까워졌다. 정미의 그늘에 가려져 있기도 했지만, 정미가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를 만났다는 게 축구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인 것 같다. 좋았던 순간 하면 같이 웃고 울면서 운동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축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물건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는데?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 다녀온 뒤 선물 받은 액자다. 비록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밟았다는 것이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일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진도 잘 나온 것 같다(웃음). 전민경은 선수 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물건으로 월드컵 참가 기념 사진 액자를 꼽았다. 전민경은 선수 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물건으로 월드컵 참가 기념 사진 액자를 꼽았다.-축구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나를 아는 분들도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거다. 오랜 시간 대표팀에 있었지만,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를 아는 분들한테 만큼은 항상 밝고 장난기 많은, 하지만 운동장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선수 전민경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축구를 하면서 많은 경쟁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살았다. 그런 나에게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축구를 했기 때문에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절친 김정미에게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미야, 너 내가 축구 그만둬서 아쉽지(웃음)? 네가 있어서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네가 있음으로 해서 많은 자극이 됐다. 너 덕분에 웃을 수 있는 일도 많았고, 너한테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널 보면서 배우는 어린 선수들 많을 거다. 그러니까 더 오래 아프지 말고 열심히 축구하길 바란다. 정말 많이 고마웠고, 미안했고, 사랑한다. 아, 눈물날 것 같은데...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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