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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살린 윤덕여호

작성일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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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이 ‘평양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는 단순히 여자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한국 여자축구의 앞날을 환하게 밝힌 쾌거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3승1무를 거두며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첫 경기에서 인도를 10-0으로 대파한 한국은 사실상의 결승전인 북한과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후 홍콩을 6-0, 우즈베키스탄을 4-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북한과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대한민국 +20, 북한 +17)에서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8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 오르게 됐다. 이 대회는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있다.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하는 8개국 중 5개팀이 월드컵에 진출한다.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 눈 앞에!

한국은 지난 2014년 베트남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에서 4위를 차지하며 5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미얀마, 태국을 꺾고 중국과 비기며 조 1위를 차지해 일찌감치 월드컵행을 확정 지었다.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이듬해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한국 여자축구는 12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하며 이전과는 다른 대접을 받게 됐다. 좀처럼 열리지 않던 A매치 평가전이 국내에서 열리게 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근사한 월드컵 출정식도 치렀다. 여자대표팀은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지원에 걸맞는 성적을 보여줬다.

이 모든 과정을 경험했던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이를 악 물었다. 특히 30대에 접어드는 대표팀의 베테랑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후배들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간절함은 그라운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북한과의 대결이 백미였다. 골키퍼 김정미(인천현대제철)는 상대의 발에 차여 얼굴에 피멍이 들었고, 공격수 정설빈(인천현대제철)은 후반 막판 왼팔이 빠졌지만 고통을 참고 뛰었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값진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인도, 홍콩,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막강 화력을 퍼부었다. 결국 골득실 싸움에서 북한을 따돌리며 ‘평양의 기적’을 완성했다.

이제 내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 본선만 잘 치르면 2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게 된다. 아시안컵 본선에는 개최국 요르단을 포함해 일본, 호주, 중국, 대한민국, 태국, 베트남, 필리핀이 참가한다. 일본, 호주, 중국은 우리에게 버거운 상대지만 5위 안에만 들면 되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는 점진적 세대교체다

윤덕여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예선을 앞두고 진행했던 세대교체를 잠시 중단했다. 당장 북한을 따돌리고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목표를 이룬 윤 감독은 다시금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한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은 점진적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엿봤다. 1994년생 장슬기(인천현대제철)와 이금민(서울시청)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은 장슬기는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윤 감독을 든든하게 했다. 이금민은 다득점이 중요한 이번 대회에서 인도전 해트트릭을 비롯해 총 4골을 넣으며 제 역할을 다했다.

세대교체는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다. 대표팀의 스쿼드를 넓히고, 선수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해 경기력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정미(1984년생)를 제외하면 대표팀에서 최고참급인 1988년생 선수들은 다가오는 월드컵이 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이들에게 기댈 수 있지만 10년 앞을 내다본다면 대체자원을 마련하는 게 필수다.

특히 골키퍼 포지션은 10년 넘게 김정미 혼자 골문을 지켜오다시피 했다. 백업 골키퍼 자원이 있기는 했지만 중요한 경기는 대부분 김정미가 소화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4경기 모두 김정미가 풀타임 출전했다. 만약에 대비해 강가애(구미스포츠토토), 민유경(수원시시설관리공단) 등 백업 골키퍼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윤덕여호의 또다른 과제다.

글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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