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뉴스룸

뉴스

뉴스

‘선수 중심의 유소년 축구’...P.C.G 컨퍼런스의 화두

작성일 2017.12.21

조회수 5821
P.C.G 신연호 회장이 컨퍼런스 전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P.C.G 신연호 회장이 컨퍼런스 전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유소년 축구는 지도자 중심, 부모 중심이 아닌 선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성적을 중시하는 풍토다. 성장보다는 성적이 우선이기에 기본기는 등한시된다. 기본기를 등한시하게 되면 조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20일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학생극장에서 열린 ‘2017 P.C.G 컨퍼런스’에서 나온 주제다.

P.C.G는 Professional Coaches Group의 약자로 P급 지도자들의 모임을 뜻한다. 2006년 첫 P급 지도자 교육 이후로 현재까지 116명이 이 모임에 속해있다. 지난해까지는 컨퍼런스 참석 대상이 P급 지도자들에게만 한정됐지만 올해는 A, B, C급 자격증을 가진 지도자들에게까지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500여 명의 지도자가 학생극장 좌석을 가득 채웠다. 지도자들이 컨퍼런스를 위해 대규모로 모인 건 드문 일이다.

이 날 컨퍼런스는 크게 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유소년 축구, 2부는 K리그, 3부는 대표팀에 관한 내용이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건 역시 유소년 축구였다. 1부에 열린 ‘대한민국 학원 및 클럽팀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참석자들 중 대부분이 유소년 축구 지도자거나 이전에 유소년 축구 지도자를 역임했던 만큼 해당 주제에 대한 집중도는 매우 높았다.

1부 발제자로 나선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는 한국 유소년 축구가 지도자, 학부모 중심이 아닌 선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유소년 축구를 감싸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성적 지상주의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학년, 성적 위주의 축구가 진행되기에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에 맞춘 축구를 하게 된다. 저학년 선수들이 설 기회는 없다. 중학교에 가면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된다. 저학년의 출전 기회가 여전히 적기에 낙오되는 선수들이 생긴다. 고등학교 때는 성적지상주의가 더욱 노골화된다. 개인기보다는 지키는 축구가 우선시된다. 대학, 프로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다수가 살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김세훈 기자는 앞서 언급했듯이 성적지상주의가 가장 큰 문제고, 성적을 내야하기 때문에 선수의 발전보다는 지도자 위주의 축구가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의 자녀 우선주의와 스포츠를 경시하는 풍토도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 두 가지다. 선수 중심의 사고방식과 성장 지향 추구다. “11대11 축구 대신 8대8 축구를 도입하면 개인기 습득이 더욱 용이해진다. 일본은 이미 시작했고, 아이슬란드는 유소년 레벨에서 5대5축구를 진행한다. 8대8 축구가 활성화된다면 등록 인원이 많아진다. 물론 경기장 크기 조절이나 2년 터울의 대회 등 8대8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학부모와 지도자 설득과 같은 사전 작업이 필요한 데,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노력해야 한다.”

“또 표준화된 육성 시스템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 배운 걸 바탕으로 중학교 올라가서 활용하고, 중학교에서 배운 걸 바탕으로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쓸 수 있는 선순환이 중요하다. 이미 대한축구협회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도자 여러분들이 이 육성 시스템을 적극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소년 축구와 관련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이규준 진건FC 대표, 윤종석 장훈고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유소년 축구와 관련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이규준 진건FC 대표, 윤종석 장훈고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지도자, 학부모, 대한축구협회 등 유소년 축구를 구성하는 구성원 개인의 노력도 강조했다. “아이들이 축구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재미와 의미가 필요하다. 재미와 의미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몰두한다. 훈련하고 나오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라. 표정이 밝은가? 그러면 잘 가르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표정이 어둡다면 그건 지도자 여러분이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재미를 가지고 축구에 몰두하기 위해 연구하라. 요즘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많은 지도 동영상이 나온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소년 투자를 더 증대해야 한다. 8대8 축구나 2살 터울의 리그(저학년 리그) 창설 등을 위해 지도자와 학부모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정부 설득도 필요하다. 전국대회 일정이나 주말리그 환경 개선 등 학원과 클럽이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세훈 기자에 발제에 이어 이규준 진건FC 대표, 윤종석 장훈고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이 패널 토의를 펼쳤다. 이들은 발제 내용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놨다.

학원팀을 대표하는 윤종석 장훈고 감독은 “8대8 축구처럼 새로운 정책을 실행할 때 운동장 사용 등 준비 과정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가을에 대회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축구계가 더욱 단합해 학부모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권 한양대 감독은 대학축구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선수들은 대학 대신 일찍이 프로축구로 들어가야 하고(이를 위해서는 프로축구 판이 커져야 한다) 대학은 공부에 초점을 맞출 선수들이 가야한다는 시선이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 유소년 축구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프로에 갈 수 있는 선수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선수들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아직까지 한국에 없기에 대학은 인성을 갖춘 체육 특기생을 뽑아야 한다.”

이규준 진건FC 대표는 “최근 들어 클럽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양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질적인 발전도 가져왔다.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운동장 대관 등 환경적인 발전도 필요하다.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한국 유소년 축구는 각 구성원의 입장에 따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그 간격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500여 명의 지도자들이 모인 이번 P.C.G 컨퍼런스도 각자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 간격을 더 좁히기 위한 자리였다. P.C.G 신연호 회장(단국대 감독)은 “이번 컨퍼런스는 지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토론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천안(글, 사진)=안기희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