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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국 축구의 뿌리’ 디비전 리그에서 만난 사람들

작성일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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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작년부터 시작한 통합 디비전 시스템 구축 작업이 현장에서 안착되고 있다. 이에‘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디비전 7 시군구리그 경기가 열린 포항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동호인들이 일회성 대회가 아닌 상시적인 리그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협회는 한국 축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통합 디비전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소수 프로축구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 축구 리그 시스템에서 벗어나 축구 발전의 근간인 동호인 리그를 육성하고 보급함으로써 축구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우수 선수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프로(1,2부)와 세미프로(3,4부), 아마추어(5,6,7부) 리그가 연계된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할 예정이다. 디비전 리그는 1부 리그부터 7부 리그까지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의 하부를 탄탄히 하는 작업이다. ‘아는 형님’도 새롭게 느껴지는 디비전 리그

“아이고. 세상에 감독이 휴대전화가 꺼져 있네요.”

지난 20일 포항 양덕구장. FC카리스마와 효자FC가 디비전 7 시군구리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모였다. FC카리스마 회장 최창해(38) 씨는 이날 아침 정신이 없었다. 이날 출전이 예고된 감독 겸 선수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최 씨는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일이 다 있네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최창해 씨는 이 팀에서 회장을 맡은 지 2년째다. 25살이던 13년 전 이 팀에 처음 들어온 그는 현재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주류회사에 다니면서도 일정을 쪼개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디비전 리그만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우리는 모두 직장이 있어서 축구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가 있어 아내의 눈치를 안 보고 축구 할 수 있다”고 웃었다.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극히 적은 동호인 축구 특성상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리그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는 “실제로 아이들도 데리고 오면 좋다고 한다. 선수들끼리 전부 다 아는 사이다. 이렇게 만나니 새롭고 더 재밌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무대가 생겼다

FC카리스마와 효자FC의 경기가 끝날 때쯤, 이전 경기보다 많은 인원들이 모였다. 전북 현대를 연상케 하는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바로 포은FC. 포항지역 전통의 강호 팀이다. 벤치에는 포은FC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바로 오상기(57) 고문과 배성국(59) 단장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이들은 포은FC의 역사 그 자체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포은FC는 50대 이상의 회원들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다. 배 단장은 “프로로 치면 가슴에 별 큰 거 3개는 달았을 겁니데이. 올 시즌도 오늘 첫 경기부터 빡시게(?) 달려봐야지 않겠습니까”라며 우승을 향한 포부를 드러냈다.

포은FC는 전문 선수 출신은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오 고문은 다소 흥분한 말투로 “볼 좀 차봤다고 뒷짐지고 한 숨 쉬는 거 못 본다 아입니까”라며 “우리는 볼을 못 차도 성실함, 그것만 봅니데이”라고 말했다. 팀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이어 “우리 수비진들이 5명 딱 라인 맞춰 서있으면 프로도 못 뚫을 겁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배 단장은 “아직 디비전 리그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운영 면에서도 서툰 점이 있지만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디비전 리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축구장을 찾은 아내들

남편이 주말 아침 축구를 하러 나간다고 하면 좋아할 아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밝은 미소로 벤치에 같이 앉아있는 여성들이 있었다. 바로 패밀리FC 회원의 아내들이었다. 패밀리FC는 이날의 세 번째 경기 주인공이었다.

패밀리FC 이희경의 아내 최윤희 씨는 축구 선수로 활동한 바 있어 남편을 잘 이해한다. 축구 심판 자격증이 있는 최씨는 “축구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편 경기를 보러 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는 디비전 리그의 방향성에 대해 사뭇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지역 축구인들끼리 함께 할 수 있는 디비전리그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몇 년째 몸담고 있는 여자 동호인축구도 도입되면 좋을 텐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언젠가는 남편처럼 이 운동장을 뛰는 날을 바란다”고 했다.

반면 같은 팀 최영삼의 아내 이민정 씨는 축구 자체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주말에 3남매를 데리고 아빠 경기를 보러 자주 온다. 자주 오다 보니 남편 동료들과도 친해지고 잘 챙겨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실 예전에는 축구 하러 가면 서운한 마음에 그냥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서도 “막상 따라와서 남편 경기를 보니 재밌다. 무엇보다 따라온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디비전 리그는 뛰는 선수 뿐만 아니라 함께 온 가족들까지 다같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협회가 디비전 리그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차례로 해결해 나간다면 한국 축구도 선진국처럼 뿌리가 튼튼한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포항(글,사진) = 박재웅 KFA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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