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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러시아 월드컵 관련 기자 간담회 인사말

작성일 2018.07.05

조회수 1980
기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자리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서 느낀 소회를 함께 나누고, 우리 축구 발전을 위한 방향을 같이 고민하고,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세계 랭킹 1위인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16강 진출 실패로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표팀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협회의 지원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서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르면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에도 ‘전술 실패’, ‘계속되는 실험’ 등의 이유로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러한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신감독의 실험, 도전 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듯 합니다. 그 절체절명의 최종예선 두 경기를 맡으면서 김민재라는 대형 수비수를 발굴, 기용한 것은 어느 국내, 해외 감독도 하기 어려운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현우, 문선민, 이승우, 주세종, 윤영선 등 지금까지 자주 국가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해 국가대표팀의 운용폭을 넓히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쏟아진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감독이 굴하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술의 문제입니다. 여러분들도 보셨다시피 우리 대표팀은 세계 수준에 비해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했습니다. 독일전에서 승리한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성과지만, 이제는 투지와 간절함이 아닌 온전히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기술 문제는 결국 유소년 축구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기술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습득하고, 나이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대회에서부터 힘좋고 키가 큰 선수 위주로 육성하고, 개인 기술보다는 체력훈련과 전술 훈련을 많이 시키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대학진학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웬만한 대학에 진학하려면 고등학교 전국대회에서 4강이나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고교팀들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전국대회에 나가고, 입상을 위해 강팀과의 대결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모두 성적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교육제도의 문제가 축구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대표팀은 대부분 유럽리그 소속이고, 국내파는 소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해외에 나간 유학생이 3~5배 정도 많고, 한국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서 해외에 훨씬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해외 구단들은 선수를 영입할 때 장래성을 보고 투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기량이 가장 좋은 전성기와 군 입대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 출신의 유능한 코치를 장기간 초빙하여 유소년 육성체계를 수립하고,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초등 대회에서 8 대 8 축구가 전면 시행됩니다.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페스티벌 형식의 대회도 내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하겠습니다.

경기 경험 확충을 위해서는 저학년 대회의 개최가 시급합니다. 재정 여건, 운동장 시설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시행하겠습니다. 아울러 체육특기자 제도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계속 협의하겠습니다. 상무 등 군.경 축구팀의 선발인원 증대와 입대연령 조정을 당국에 요청하겠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제가 인상깊게 본 것은 멕시코와 독일 팬들입니다. 엄청난 인원이 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멕시코 팬들의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우리에게 패했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나갈 때까지 국기를 흔들며 성원을 보내는 독일 팬들의 태도도 배울만 합니다. 반면 우리는 선수와 감독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애정어린 비판과, 따뜻한 격려가 함께하는 응원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미흡한 점은 보완해서 4년 뒤에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소통을 위해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계 안팎의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 자문 기구를 만들어서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월드컵 기간 중 직접 러시아로 오셔서 응원해 주신 팬들과 거리 응원에 참가해 주신 분들, TV로 시청하면서 성원해 준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8년 7월 5일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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