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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부상 극복' 이현영 “롤모델 이동국처럼”

작성일 2018.08.10

조회수 2061
2010년은 한국여자축구의 가장 찬란했던 한 해로 기억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주관한 두 대회에서 우승(U-17 여자월드컵)과 3위(U-20 여자월드컵)라는 업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8년 전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지소연(27, 첼시레이디스)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 영광의 자리에는 이현영(27, 수원도시공사)도 있었다. 이현영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 골을 넣었고,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는 두 골을 기록하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다부진 체격으로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는 이현영은 지소연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로서 한국여자축구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이현영은 곧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돼 활약을 이어갔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4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고, 재활 후 복귀했지만 같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두 차례 수술을 더 받았다. 2016년 동아시안컵 예선 이후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것도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때문이었다.

2018년 이현영은 부활했다. WK리그에서 14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 중이다. 13골을 기록한 비야, 11골을 기록한 따이스(이상 인천현대제철)에 이어 개인 득점 3위다. 한국인 선수 중 최다 득점이다. 수원도시공사는 이현영의 활약에 힘입어 인천현대제철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윤덕여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런 이현영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토록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떠오르는 다른 선수 한 명이 생긴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이동국(39, 전북현대)이다. 이동국 역시 부상과의 악연으로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꾸준함과 묵묵함으로 극복해내면서 지금까지도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현영이 자신의 롤모델로 지체 없이 이동국을 이야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현영은 사랑하는 축구를 오랫동안 하면서 “팀에 묵묵히 힘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될 것을 기대했나?
처음부터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WK리그에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고, 득점을 계속 하고 있어서 주변에서 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제일 기대가 많았던 사람은 당연히 부모님이다. 그럴 때마다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다(웃음).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기분이 어땠나?
발탁 소식을 듣고 나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은 처음이라 실감이 잘 안 났다. 지인들한테 축하를 받으면서 조금씩 실감이 났다. 사실 설레는 마음보다 부담감이 더 크다. 대표팀에서의 공백도 길었고 나이도 적지 않다보니 그렇다. 그래도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너무 성급하면 그르칠 수 있으니까 조금은 냉정하게 임해야할 것 같다.

-2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왔다. 그간 대표팀에 대한 욕심이 늘 있었나?
연령별 대표팀 때부터 같이 해온 친구들은 계속 대표팀에 들어가니까 내심 (대표팀 발탁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소속팀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임하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왔고, 그게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어떤 다짐을 갖고 들어왔나?
빨리 대표팀의 스타일에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 소속팀에서 해오던 것도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리면서 대표팀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원톱, 투톱 전술에 따라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바를 잘 맞춰나가는 게 내 숙제다.

-국제대회 경험은 꽤 있지만 아시안게임은 처음인데?
(전)가을 언니, (심)서연 언니처럼 아시안게임 경험이 있는 언니들이 자신감에 차있다. 같이 훈련하면서 덩달아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다. 어린 친구들도 다들 성격이 좋아서 다 같이 잘 어울리면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금메달 따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강팀을 만났을 때 골이 부족했다.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 공격수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소속팀에서도 골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데, 대표팀에 오니까 더해지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컨디션이 좋은 것을 느끼나?
4년 전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서 수술을 했다. 이후에 후유증 때문에 같은 자리에 수술을 두 번을 더 하면서 무릎 컨디션에 기복이 컸다. 올해는 확실히 많이 좋아졌다. 거의다 회복한 것 같다. 몸이 가벼워졌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고, 소심한 플레이를 버리고 좀 더 과감한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력이 살아난 것 같다. 부상 이후로 가상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큰 부상 이후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와야하는 동작이 안 나오고 움직임이 제한적이 되다보니까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안 나오고, 팀을 위해서 더 뛰어줘야 할 때 못 뛰고 하니까. 그렇게 큰 부상은 처음이라 더 힘들었다. 무릎이 괜찮다가도 조금 무리하면 붓거나 아프고 해서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약이 됐다.

-수원도시공사 팀 전체적으로도 변화가 많았는데?
이천대교 시절에 호흡을 맞추던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더 쉽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박길영 감독님도 내 스타일을 살려서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하라고 독려해주셨다. 주위에서 믿고 도와준 덕분에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다. 개막 전부터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준비한대로 잘 한다면 가능하다. 아시안게임 차출로 나와 (이)은미 언니, (문)미라, (신)담영이가 빠지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 해주리라 믿는다.

-득점 1위에 대한 욕심은 어떤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득점 두 자릿수는 넘기자고 생각했는데, 하면서 더 욕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10골을 넣었으니 15골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득점 1위는 하고 싶긴 한데, 비야와 따이스가 워낙...(웃음) 내가 아시안게임에 나가있을 때도 비야랑 따이스는 계속 경기에 나가지 않나. 그래도 아직 완전히 저버린 건 아니다. 계속 욕심내면서 따라가 보겠다.

-최근 WK리그의 득점왕은 외국인 공격수의 차지였다. 한국인 공격수로서 갖는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요즘 항상 듣는 이야기다. ‘토종 스트라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언론이나 팬들이 스트라이커의 중요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사실 부담이 많이 되긴 하지만 이겨내야 할 몫인 것 같다. WK리그에서 한국인 공격수가 경쟁력을 가져야 대표팀의 공격력도 살아나는 거니까.

-2010년 U-20 월드컵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때의 기억은 어떤가?
지금 돌이켜봐도 그렇게 세월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한국여자축구가 그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남자축구에 비해서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여자축구가 가진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우리가 성적으로 좀 더 증명해보여야 할 것 같다.

-당시와 비교해서 국가대표로서 갖는 무게감은 어떻게 다른가?
그때는 부담감이 별로 없었다. 어리기도 했고, 대회에 나가면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로지 경기에만 신경 썼다. 결과적으로 3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면서 갑자기 많은 주목 받았기 때문에 얼떨떨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은 관심 속에서 대회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서 더 책임감이 생긴다.

-축구를 해오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
예전 같았으면 U-20 월드컵이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2015년 W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꼽고 싶다. 이천대교 2년차 때다. 인천현대제철한테 2차전에서 승부차기로 아쉽게 진 경기였는데, 경기를 잘하고도 진 거라 억울하고 슬퍼서 많이 울기도 울었다. 그렇지만 그때 축구를 정말 재미있게 잘했다는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국가대표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 다음에는 내년에 프랑스에 열리는 월드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봤는데, 나도 월드컵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선수가 되고자 하는가?
팀에 필요한 선수, 묵묵히 힘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동국 선수처럼. 정말 멋있지 않나. 롤모델로 삼고 있다. 이동국 선수처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도 꿈이다. 아직 축구가 너무 좋다. 몸이 되는 한 오래오래 하고 싶다.

파주=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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